평가자의 자기소개서 읽는 법 :: Athtar의 잡동사니

당신이 몰랐던 취업의 기준

 

‘다른 기업들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평가할까?’


공채 시즌, 자기소개서 평가를 마치고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합격 자소서 더미와 불합격 자소서 더미를 바라보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내가 하는 평가 방법이 과연 일반적인 것일까, 라는 의문.


단순하게 시작된 이 질문은 6개월 후 한 편의 논문이 되었다. 인맥을 동원해 3명의 대기업 채용 평가자와 3명의 중소기업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평가 아이트래킹(안구운동 추적) 실험과 설문조사를 직접 실시하였고, 그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기소개서 평가 방법의 차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채용 담당자의 자기소개서 평가 안구운동 추적 영상]

자기소개서 평가는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 2,400자 자기소개서 1부를 평가하는데 대기업은 평균 1분 52초, 중소기업은 평균 2분 2초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가 시간 차이는,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대기업의 업무 부담과 절대적인 시간 부족이 원인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설문조사 : 자기소개서 평가에 들어가는 시간적 부담>

이 결과를 통해, 대기업 평가자는 중소기업 평가자보다 키워드가 포함된 요약적 소제목을 더 선호하고, 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결과가 뚜렷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 평가자는 소제목의 유형에 따른 평가 선호 차이가 대기업에 비해 영향을 덜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결과부터 말한다면 가능하다. 실제로 실무 전선에 있는 평가자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평가를 하고, 면접을 진행할 대상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정독하는 것이 아닌 통독에 가깝기에, 평가자가 자기소개서를 읽는 방식에 따라 같은 자기소개서도 다르게 평가될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하나요? 평가자 간 개인차가 클 텐데, 그걸 지원자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지원자라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맞는 말이다. 평가자마다 선호하는 글의 패턴이 있을 것이다. 지원자가 난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모든 것을 넘어서서 ‘평가의 공통 문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소제목’이 그 주인공이다.

소제목은 평가의 공통 문법과 같은 역할을 한다.

원래 모든 글의 ‘제목’은 글의 주제와 방향성을 알려준다. 제목을 읽는 순간, 인간의 뇌는 주제와 연관된 정보를 미리 활성화시킨다. 이로 인해 제목이 명확한 글을 더 빨리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자기소개서에서 제목의 역할을 하는 것은 ‘소제목’이다. 소제목을 읽는 순간, 평가자는 이 지원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고, 이에 따라 빠르게 평가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변수가 나타난다. 소제목을 쓰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키워드’나 ‘문장’으로 정리하여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난 소제목(요약적 표현)이 있는가 하면, 평가자의 궁금증을 유발하여 글에 더 집중하도록 만드는 소제목(우회적 표현)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자기소개서 내용에 대해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으로 “목표를 현실로 이루어내는 실행력”으로 달 수도 있고, 우회적 표현의 소제목으로 “내 이름이 적힌 명함 세 장”으로 달 수 도 있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평가자가 빠르게 자기소개서를 읽고 평가하도록 돕는 효과가 극대화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평가자의 인지 비용(Memory cost)을 증가시킨다. 만약 평가자가 소제목에 흥미를 느끼고 궁금증을 느낀다면 더 집중하고 글을 기억하게 만들지만, 만에 하나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평가자는 오히려 등대 없이 안갯속을 걷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읽게 된다. 역효과가 나게 되는 것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소제목을 어떻게 붙이는지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가 점수가 서로 달라졌다. 지원자들이 어떤 유형의 소제목을 사용하였는지에 따라 같은 자기소개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다른 평가 점수를 얻은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요약적 표현과 우회적 표현의 소제목의 평균 평점이 각각 7.56점과 5.56점으로 그 차이가 2점으로 나타난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각각 5.89점과 5.78점으로 그 차이가 0.11점에 불과했다. (양쪽 모두 요약적 표현의 소제목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 결과를 통해, 대기업 평가자는 중소기업 평가자보다 키워드가 포함된 요약적 소제목을 더 선호하고, 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결과가 뚜렷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 평가자는 소제목의 유형에 따른 평가 선호 차이가 대기업에 비해 영향을 덜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설문조사 : 기업규모별 선호 소제목 유형>

앞에서 언급한 대로 대기업 평가자의 경우, 자기소개서 평가에 대한 시간 압박이 중소기업 평가자보다 심한 편이다. 중소기업 평가자가 자기소개서의 소제목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고르게 집중하여 읽는 경향이 있는 반면, 대기업 평가자의 경우 소제목에서 글의 주제를 파악하여 내용이 이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리고 이 내용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그리고 직무와 회사에 어울리는 인재인지를 빠르게 파악하여 면접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결정짓는 것이다.

<실험 : 기업규모별 평가자 주의집중 영역> ※ 붉은색일수록 오랫동안 시선이 머문 것을 의미함

 

실험 결과도 이와 같은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자기소개서 평가가 모두 끝난 후, 각각의 평가자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한 자기소개서’의 내용에 대해 기억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보라고 요청하였다.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중소기업 평가자의 경우 두 사람이 3가지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해냈던 반면, 대기업 평가자의 경우 두 사람이 각각 한 가지씩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해냈으며, 나머지 한 사람은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결과를 일반화해서 해석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업 규모에 따라 업무 환경과 업무부담이 비슷한 우리나라의 기업 실정을 고려해볼 때,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바로 ‘기업 규모에 따른 자기소개서 작성 전략’이 그것이다.

대기업은 간략, 명료한 소제목과 문장이 생명이다

대기업 평가자의 평가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It’s all about speed!” 빠른 읽기 속도를 유지하는 평가자에게 지원자는 내용 전달이 기민할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를 쓸 필요가 있다. 주제가 명료한 소제목을 달아야 하고, 문장을 짧게 구성하여 빠른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본문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 중심 내용을 거듭 언급함으로써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는 게 좋다.

중소기업은 내용의 밀집성과 창의성이 중요하다

반면에 중소기업 평가자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자기소개서를 평가한다. 즉 한 문장 한 문장에 개성을 담더라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차분하게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중소기업 평가자에게는 소제목의 유형보다는 본문 문장 간의 논리적 밀집성이 더 눈에 띌 것이다. 또한 흥미를 끄는 참신한 사고방식이 반영된 문장도 흠이 되지 않는다. 문학작품을 쓰듯 장황한 문장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겠지만, 잘 다듬어진 문장 속에 조미료처럼 더해지는 톡톡 튀는 문장이 덮어놓고 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실험에서 사용되었던 자기소개서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자기소개서 본문을 소개한다. 국내에서 업계 1위의 위치에 있는 B to B 회사의 홍보 업무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하는 것으로 가정한 자기소개서이다. 10점 만점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평균 8.33점을 받았고, 3명의 평가자에게 10점 만점을 받았다. (참고로 6점 이상부터 면접 대상자로 분류하였다)

—————————————————————————————————————————————————-
1. 자유롭게 자신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400~500자)
[고객의 호감을 얻는 “세심한 관찰력”] / [여자들의 마음을 읽는 남친몬]
고객의 Needs가 아닌 Wants를 찾아내는 세심함으로 고객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겠습니다. 많은 여성 친구들이 남친몬이라 부르곤 합니다. 아무리 변덕스러운 여자라도 원하는 바를 단번에 잡아낼 수 있어 남자 친구로 삼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제 비밀은 바로 세심한 관찰력입니다. 들릴 듯 말듯한 혼잣말, 머뭇거리는 발걸음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버릇들은 제가 자주 활용하는 힌트입니다. 하지만 이런 힌트들도 그 이면에 숨은 의미를 찾지 못하면 의미 없는 몸짓이 되곤 합니다. 홍보의 시작은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행동들에 담긴 의미를 찾고자 하는 제 습관이야말로 고객의 소리를 듣는 가장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의 작은 힌트까지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2. 지원 직무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700자~800자)
[“진정성”을 기획에 담는 홍보인] / [손으로 쓴 3000통의 편지]
3000여 통의 손편지 번역을 통해 마음을 전달했듯, 고객에게 A사의 진심을 전하겠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NGO단체에서 편지 번역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점수를 얻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제 삶의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값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언어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후원 아동들에게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후원자들의 진심 어린 손편지를 읽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곤 합니다. 가장 좋은 홍보 방법은 진심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000통의 손편지에 담긴 진심을 전달했던 지난 몇 년의 경험은 글에 진정성을 오롯이 담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SNS를 통한 홍보는 불특정 다수인 고객의 마음을 얻어내야 하는 만큼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콘텐츠야말로 고객을 자발적인 홍보대사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A사의 마음을 담은 가슴 따뜻한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고객을 소중히 생각하는 A사의 마음처럼 나에게 소중한 대상을 태그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SNS의 특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겠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후원 아동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은 후원자의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편지를 썼던 것처럼 고객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A사의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3. 인생에서 가장 열정을 쏟은 일 한 가지와 그로 인해 얻은 성과에 대해 설명하세요. (700자~800자)
[평생을 지켜온 기본의 행동강령, “인사”] / [무엇보다 값진 인맥을 선물한 습관]
남다른 인사성으로 기본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증명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 꼭 하는 말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에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그 기본을 지킴으로 인해 제겐 무엇보다 값진 인맥이 생겼습니다. 다소 차가 워보이는 외모와 소위 말하는 멍 때리는 습관 때문에 저를 처음 본 사람들은 백이면 백 저를 굉장히 사납고 붙임성 없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단 저를 정면에서 마주했을 때 나이 여하를 불문하고 웃으며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고 헤어질 때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의 제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호감”이 됩니다. 여전히 저는 눈꼬리가 올라간 큰 눈에 약간 쳐진 입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인사성은 고등학교 때부터 학생회장을 놓치지 않게 할 만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저는 외부 동아리 두 개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중 한 개는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과 나이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제 인사성은 어른들에게는 예의 바른 청년으로,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는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손윗사람으로, 저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밑바탕이 되어주었습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직원에 대한 호감은 그 회사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집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제 25년 인생의 모든 사람을 이어주고 맺어준 인사성을 통해 A사의 고객에게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겠습니다.

4. 입사 후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와 그 이유를 설명하세요. (700~800자)
[성과를 창출하는 “효율성 향상”] / [성실함보다 효율적인 게으름쟁이]
저는 사실 게으른 성격입니다. 하지만 이 게으름 때문에 공부도, 일도, 심지어 취미까지도 가장 쉽고 편하고 빠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제 습관은 일의 프로세스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 개선하는데 유용할 뿐 아니라 일을 더 쉽고 빠르게 해낼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유능하게 게으른 홍보직원이 되겠습니다. 누구보다 쉽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을 찾겠습니다. 고객이 찾을 때도 가장 쉽고, 고객에게 닿기도 가장 쉬운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게으름을 피우겠습니다. 고객을 만나기까지 걸리는 수많은 관문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고객의 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반영해주는 것입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업무 외의 모든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최소화하여 그 시간을 고객에게 더 쓰겠습니다. 고객의 원하는 바를 더 빨리 반영하고 그만큼 고객에게 회사의 장점을 더 빨리 알릴 가장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하겠습니다. 창의성은 변화에 대한 간절함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모든 직원들의 간절한 욕망이 A사의 성장동력이 되게 하겠습니다. 내부고객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최대한의 효율성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보다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을 모으겠습니다.

 

출처 : 브런치 Kyle Lee

+ Recent posts